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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도시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잠시 활동을 했었다. 다른 회원들과 편리한 대중교통, 이용자 친화적인 대중교통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했었는데이 나의 관심사였던 대중교통과 거리가 먼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아래 글은 도시연대의 격월간지(3-4월호)에 해외에 나와있는 회원들의 소식을 실었는데 그 중 내가 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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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도시의 대중교통 이야기'

제 가 2002년 한국을 떠난지도 벌써 3년 반이 지났네요. 멀리서 들리는 서울, 그리고 대한민국 소식은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별로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네요. 아, 있군요. 그동안 아이가 하나에서 둘로 늘었고, 서울에서는 달려보지도 않던 제가 마라톤을 두 번이나 완주했네요.

인사는 이쯤에서 접고 그동안 여기서 살면서 대중교통과 관련하여 느낀 점을 몇 가지 나누고 싶습니다. 우선 제가 살고 있는 얼바인(Irvine)이라는 도시는 LA에서 남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고, 인구 18만 정도의 중소도시입니다. 시의 역사는 짧지만 최근에 급속도로 개발되고 있고, 아시아 이민자들, 특히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도시입니다. 사계절 날씨가 좋고, 바닷가도 가깝고, 신도시라는 쾌적한 주거환경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는데 이 곳의 상승률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부자들이 많이 사는 부자동네로 인식되고 있죠. 바닷가 언덕에 몇 백만불씩 하는 저택에 사는 사람들도 많고, 차들도 렉서스, 벤츠, BMW 같은 외제 고급차들이 아주 흔하게 눈에 띕니다. 이런 부자 도시에 살다 보니 가난한 유학생이 불편한 게 몇 가지 있네요.

첫째, 불편한 대중교통입니다. 이곳에 처음 도착한 날 쾌적한 보행환경(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 널찍한 보도와 가로수들)에 비해 길거리에 사람이 안 보여서 놀랐는데 알고 보니 차가 없으면 이동이 아주 불편한 도시더군요. 제일 가까운 수퍼마켓 갈때도-신도시고 계획도시라 한국식 구멍가게가 전혀 없습니다-걷기에는 부담되는 거리라 차를 가져가야만 합니다. 더군다나 유일한 대중교통인 버스-택시는콜택시만 있는데 탈 일도 없고 요금비싸다고 해서 타 본적 없습니다- 카운티-얼바인 규모의 시가 여려개 모인 행정단위. 면적으로 치면 서울보다는 좀 작을 듯 싶네요-교통국에서 운영하는데, 노선별로 거의 한 시간에 한 대 정도만 운영합니다. 그나마 수요가 많은 노선은 20분~30분 단위로 운행하고, 수요가 적은데는 출퇴근 시간만 잠깐씩 운영합니다. 그러니 버스 타려면 먼저 인터넷이나 버스시간표 책자에서 노선과 시간을 확인하고 정류장으로 가야합니다.

아들 종현이가 버스 타는 것을 좋아하고 저도 교통을 공부하니까 몇 번 타봤는데 운행간격도 넓고 교통혼잡도 덜해서인지 시간은 정확하게 지키더군요. 서울에서만큼의난폭, 급행운전은 없고요. 그런데 버스를 한 번만 타고 원하는 목적지에 가기가 힘든데 갈아타려고 해도 서로 시간이 안 맞거나 노선끼리 연결이 안되서 최종 목적지까지는상당히 걸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손님이 와서 우리 차에 자리가 부족해서 종현이와 저는 버스를 타고 교회를 가는데 정류장에 내려서 교회까지 거의 700~800미터를 걸어가야 합니다. 아이가 힘들다고 칭얼대면 또 안아주면서 걸어야 하니 상당히 불편하죠. 이곳 사람들은 보통 집에 2-3대 차가 있으니 저같은 경험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 거리를 걷는 동안 걷는 사람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둘째, 부자동네라 그런지 사람들이 대중교통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여기 온 첫 해에 뉴스를 보니 카운티 교통국에서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경전철을 건설하려고-차가 많다보니 출퇴근시간 프리웨이 정체가 상당합니다- 주민투표를 했는데 이곳 얼바인과 바로 옆 도시-거기는 얼바인보다도 더 부자도시입니다-에서는 부결되었다고 해서 참 신기했습니다. 노선을 줄여서 건설한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니까요.

의원들이 자기 동네에 역을 못 세워서 안달인데 말이죠. 그런데 부결이유가 더 놀랍습니다. 경전철같은 대중교통이 발달되면 홈리스나 저소득계층이 쉽게 도시로 이입될 수 있고 범죄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이유랍니다. 덕분에 저는 여전히 불편한 대중교통을 감수하고 살고 있답니다.

그래도 이곳 사람들 주말이면 자전거 많이 탑니다.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여러사람이 함께 하이킹도 하고, 어린아이를 카시트처럼 뒷자리에 앉히고 타는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또 학교에 있다보니 가까이 사는 학생, 교수들도 자전거 타고 많이들 다닙니다. 학교에서 또 정책적으로 차를 가져오지 않는 사람에게는 인센티브로 교내 식당이나 서점에서 돈처럼 쓸 수 있는 쿠폰(매달 10불 상당)을 줍니다. 이런 거 보면서 한국에서도 규제(차량 10부제, 홀짝제 등)와 더불어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인센티브도 많이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상 두서없는 저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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